옛날 하회마을 낙동강 강가 오막살이집에 안씨 부부가 살았다. 어느 날 지나던 중이 날이 저물어 하룻밤 자고 가기를 청한다. 찢어질 듯이 가난하여 먹을 것조차 변변치 못해 딱한 처지이었으나 마음씨 착한 안씨 내외는 스님을 거절할 수가 없어 재워주기로 허락했다. 그렇지만 먹을 것이 없다고 스님을 굶길 수는 없었다. 이들 부부는 저녁거리 때문에 온갖 궁리를 하다가 결국은 천장 갓집 옆에 매어 달아둔 명년 봄에 농사지을 피 종자를 꺼내어 저녁을 장만해 대접했다. 스님이 주인의 얼굴을 살펴보니 근심이 역력하였다. "여보! 주인장, 보아하니 걱정이라도 있는 듯 하온데 무슨 까닭이십니까?"고 물었더니 안씨는 작년 봄에 친상(親喪)을 당했지만 가난 때문에 묘자리를 구하길 없어 여태까지 아버님의 유택(묘)을 마련해 드리..